모교소식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장대교(長大橋)로 평가받는 `인천대교`. 하지만 초기 프로젝트 기획과 핵심 구조 설계는 일본, 캐나다, 독일 등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개념 설계 부분은 2조원 공사비의 10~15%를 차지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이다. 한국은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개념 설계 부분의 역량이 떨어진다.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데만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정동 산업공학과 교수 외 26명의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공동 저술한 `축적의 시간`은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현주소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정진기언론문화상 경제·경영도서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인천대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기초`에 무심하다. 선진국이 만든 기술을 빠르게 모방해 따라가는 `패스트 폴로(Fast Follow)` 전략을 취해 왔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성공에 매몰돼 기초에는 소홀했다.

27명의 서울대 교수들은 특정 기업의 이해와 전략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지적하고 대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저자들은 `축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한 우리나라의 산업이 지금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상황이다.

넓은 시장을 가진 중국의 추격은 이미 산업과 기술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하고 있다. 저자들은 기존 산업발전의 패러다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이제는 창조적 축적의 패러다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산업과 교육, 기초를 무시하는 사회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정동 교수는 "우리 경제가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역할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라며 "창조적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