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소식

화학상 후보 거론된 현택환 교수
“이번엔 내 차례 아니라고 생각
재료분야 등 우수한 연구자 많아… 자율성 보장해주면 성과 나올것”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연구단장)가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통화하고 있다. 그는 나노입자의 균일한 생산법을 최초로 개발해 올해 노벨 화학상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아쉽게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뉴스1
 

“이번엔 당연히 제 차례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한국 과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국인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의 기대를 높였던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는 이처럼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7일 발표된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그는 “먼저 노벨상을 받아야 할, 같은 분야 대가들이 있어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매년 노벨상 수상이 유력한 우수 연구자를 선정 발표하는 학술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지난달 현 교수를 화학상 수상 후보로 점찍었다.

 

현 교수는 나노 입자를 균일하게 합성하는 새로운 방법(승온법)을 개발했다.

 

또 상업적 이용이 가능하도록 대량합성법도 최초로 개발해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디스플레이 등의 상용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특히 이 기술은 전부 한국의 제자와 동료들이 완성했다는 게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현 교수는 “두 가지 이유에서 올해는 내 차례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한 연구자들이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했기 때문에 현 교수가 연구하는 재료 또는 응용화학 분야가 연이어 수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1980년대에 양자점(퀀텀닷)을 발견해 나노 입자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한 연구자도 아직 노벨상을 받지 못해 순서상 자신은 뒤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유력 수상 후보로 거론된 것만으로도 자신과 한국 과학에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에 다니던 1980년대 후반만 해도 한국 교수 논문이 화학 분야 대표적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에 실렸다면 당장 신문 1면감이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내가 JACS의 에디터를 11년째 하고 있고 노벨상 수상이 언급될 정도다. 한국 과학은 기적적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현 교수는 “머지않아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확실히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수상권에 들 만한 한국 학자가 여러 명일 만큼 층이 두꺼워졌고, 특히 화학과 재료 분야에서 실적이 우수한 학자들이 많다”며 “아무도 예상 못 한 학자가 깜짝 상을 받는 시대가 아닌 만큼 차곡차곡 연구 업적을 쌓아온 사람이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에 근접하려면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교수는 “과학 강국 독일과 일본은 20세기 초부터 국가에서 연구비를 지원하고 연구소를 설립해 과학 연구에 몰두해 왔다”며 “한국은 2011년에야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나 일본 이화학연구소를 모델로 한 IBS를 설립했는데, 설립 목적대로 연구자들이 좋은 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게 지원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잘 못하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잘되는 부분은 더 잘되게 자율성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그래야 창의성이 나와 염원하던 노벨상 수상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