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유진녕 동문님, 반갑습니다. 서울공대지 독자이신 동문들께 간단히 현재 동문님의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1981년에 LG화학 기술연구원(이전 명칭 럭키중앙연구소)에 입사하여, 대전 연구단지에 간 이래로, 37년만에 처음으로 서울로 발령이 났습니다. 중간에 미국 유학을 3년 반 갔다왔지만 CTO라는 직책으로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난거죠. 그래서 현재는 CTO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1975년에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진학하셨는데 당시 화학공학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사실 당시에는 제가 잘 모르고 선택했어요. 고 3때 담임선생님이 화학 전공이었고 고등학교 2학년때 그 선생님께 화학을 배웠습니다. 그전에는 굉장히 화학이 어려워 보였는데 선생님이 너무 잘 가르쳐주셨어요. 그래서 2학년때부터 이게 참 쉽네, 재밌다하면서 대학은 화학관련 학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서울대는 계열별로 입학한 후 입학성적과 1학년 평점을 합산해서 전공을 지망하였는데, 화학공학과가 화학을 많이 하는 줄 알고 화공과를 선택했습니다. 전공에 들어와 보니 생각만큼 화학은 많이 안 하고 수학과 물리를 많이 공부해서 당황했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의 생각나는 은사님이나 동료, 선후배가 있으신지요?

 

얼마 전에 작고하신 최창균 교수님이 대학교 4학년 때 저의 학사논문 지도교수이셨어요. 그 때 학사논문이라는 게, 외국의 논문 5개를 읽고 요약하는 거였는데, 그 때 주신 논문이 멤브레인을 이용한 논문을 주셔서 제가 요약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제가 석사나 박사를 최 교수님께 지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대학교 때 처음 지도교수님이라서 자주 생각이 나고 가끔 뵙는 사이였지만 돌아가시고 나서 그 분이 저에게 관심을 많이 갖고 계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더 죄송하기도 하고 생각이 많이 납니다. 또, 지금은 은퇴하신 이현구 교수님도 많이 생각납니다. 이현구 교수님은 항상 칠판에 판서를 하셨는데 한 수업에 칠판 3판 정도를 여러가지색으로 판서해서 가르쳐 주셨어요. 어쩜 저렇게 성의있고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는지 세월이 지나도 계속 생각이 나는 은사님입니다.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으시면 한 두 가지 소개부탁드립니다.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제 아내를 포함해서 같은 과의 여학생 3~4명과 남학생 4~5명이 함께 남해안에 일주일정도 놀러간 기억이 있어요. 상주해수욕장, 충무, 부산을 통해서 돌아왔는데, 아무튼 당시에 정말 재밌게 떠들면서 놀고 함께 노래도 하고, 그 때 정말 순수하게 수다떨면서 여행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졸업 후 회사 (LG화학)에 계시다가 미국 리하이 (Lehigh) 대학교로 유학을 가셔서 고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 유학을 가신 계기와 또 유학시절 추억이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유학을 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돌아가신 여종기 사장님 때문입니다. 저의 전임 원장이셨고, 전임 CTO도 하셨던 여종기 사장님이 리하이를 졸업하셨어요. 그래서 제게 리하이 대학교를 추천하시면서 대학이 규모는 작지만 아주 알찬 대학이고 폴리머분야는 굉장히 강한 대학이라고 강추하셨어요. 여종기 사장님은 저보다 LG화학에 한 달 먼저 입사하셨는데, 2005년 말 퇴직하실때까지 25년간 저의 직속상사이셨습니다. 유학시절의 추억은 제가 중고차를 2,450불에 산 일입니다. 가격도 안 잊어버리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말리부 클래식 모델에 3800CC 베이지색 차인데, 엔진이 문제있는 걸 모르고 구입했습니다. 3년간 온갖 고장으로 힘들어하다가 한국으로 귀국하기 6개월 전에 결국 엔진을 바꾸어서 6개월은 편하게 탔습니다. 그 전 3년동안 고생하면서 수리비는 2,450불보다 더 많이 들었고, 저의 미국 유학시절 내내 차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지금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되었네요.


박사학위를 받으신 세부분야는 어떤 분야이고, 이후에 LG화학 기술연구원에서 연구하신 분야는 무엇인지요?

 

크게 보면 polymer라는 범위 내에서는 같은 분야입니다. 미국에서 연구 한 것은 small angle neutron scattering으로 polymer latex가 Film formation될 때 생기는 polymer 입자 사이의 polymer chain이 interdiffusion되는 현상을 small angle neutron scattering으로 측정을 해서 Film strength가 develop되는 과정과 interdiffusion depth하고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연구해 보았습니다. 논문 자체는 polymer physics에 속하는 내용입니다. 회사에 돌아와서는 ABS plastic, engineering plastic을 회사에서 개발하는데 최초 개발팀에 참여를 했습니다. 그 후에 EMI shielding composite 개발팀의 책임자로도 일했습니다.

 

지금 LG화학의 기술분야를 총괄하는 CTO를 맡고 계신데요, 최근 우리나라 화학산업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또, 요즘 중국의 산업 발전이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이 집중하고 있는 산업 분야가 우리나라의 중점 산업 분야와 겹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나 이차전지 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추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산업은 어떠한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까요?


석유화학이나 화학산업에서 중국이 많은 시장을 가지고 있어서 중국에 투자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중국이 기술 자립화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이제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이 생산합니다. 비단 화학산업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일반적인 제품들은 중국에서 만들고 있고 중국이 자급자족화가 되면 될수록 우리나라가 참여할 부분은 줄어듭니다. 그래서 중국이 지금 실력으로 만들 수 없는 스페셜 그레이드의 제품들을 우리가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중국의 추격을 피할 수 있는데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사실 중국에 공장을 지으면 기술유출이 불가피합니다. 그래서 핵심기술이 들어가는 첨단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면 안 됩니다. 중국뿐 아니라 선진국을 이기려면 남들과 비슷한 제품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고 또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해서 보호해야 합니다. 남이 못 만드는 것, 퍼스트 무버에 도전해야 하는데 이미 출발이 좀늦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10여년전부터 시작해서 준비하고 있고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미래 지향적인 과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LG화학이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분야와 향후 차세대 먹거리로써 추진 예정이신 분야들은 어떠한 것이 있으신지요?

 

LG화학이 미래에 중점적으로 하려는 분야는 첫째가 에너지 분야입니다. 에너지분야는 에너지의 저장, 생산, 효율적 사용과 관련된 모든 분야입니다. 둘째는 물과 공기의 질에 관련된 분야입니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물부족 국가잖아요. 얼마전에도 서해안에서 가뭄이 있어 공업용수가 모자랄 정도로 금강보에서 물을 끌어오려고 수로를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물의 질과 관련된 연구와 함께 장기적으로 볼 때 중요한 공기의 질에 대한 연구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바이오 분야입니다. 인류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바이오분야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그린 바이오 분야의 회사를 LG화학의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올해엔 계열사인 LG생명과학을 합병하여 레드 바이오를 포함한 바이오분야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 세 개 분야가 앞으로 20~30년 후 LG화학의 중심이 되어 나가야될 분야라고 생각하고, 굉장히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같은 급변하는 산업환경 하에서 우리나라 화학 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어떤 부분을 강조해야할까요? 반대로 현재 걸림이 되는 장애물이나 규제는무엇인가요?

 

많은 경우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퍼스트 무버에 도전하는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기존에 잘 하고 있는 분야를 더 열심히 해서 1등을 지키려고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세상에 없던 것에 도전하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우리 LG화학도 20%는 퍼스트 무버에 도전하고 80%의 역량은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하여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국가적으로도 이러한 밸런스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국가 R&D는 도전해서 실패하면 패널티가 크니 높은 목표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무조건 성공하는 목표를 정해야하니 목표를 낮게 정합니다. 그 목표에 성공하더라도 상업적으로 의미없는 결과물만 나오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국가 R&D의 성공률은 높지만 제대로된 세계적인 상업화의 결과물이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국가 R&D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업에서 연구하는 것과 대학원에서 연구하는 것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LG화학 고분자 연구소, 신소재 연구소, CRD 연구소등 기술연구원 산하 기업연구소에 오래 근무하셨는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원에서 어떠한 연구 혹은 교육이 이루어져야 산업계에서의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산학연이 각자 고유의 기능을 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산학연이 하는 일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학에 제품개발과 특허를 요구하고, 출연 연구소에도 상업화를 요구합니다. 기업연구소는 상업화가 당연한데 대학과 출연연도 요즘 목표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창의과제 심사를 나가보면 이 과제가 기업의 목표인지, 출연연의 목표인지, 대학의 목표인지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설립취지대로 대학은 굉장히 자유도 높은 연구를 해야합니다. 어떤 교수님은 응용연구를 하실 수도 있고 어떤 분은 본인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좀 특이한 데 도전할 수 있는 그런 자유도가 있어야 합니다. 대학이 연구비를 받기 위해 유행하는 연구를 하다보니 합창단에서 테너와 베이스가 다른 화음으로 합창을 해야 아름다운 노래가 될텐데 모두 같은 멜로디로 제창을 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자유로운 연구, 응용연구, 기초분야 연구도 하면서 아주 다양한 아이디어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자유도 높은 그런 연구를 하면 좋겠습니다. 출연연도 설립취지와 목적에 맞는 자유도를 주되 80%정도는 국가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개발하면 좋겠습니다. 출연연에 당장 상업화되는 기술을 요구하면 안 됩니다. 기업연구소는 학교에서 연구한 새로운 이론이라던가, 새로운 개념, 그런 것을 응용해서 연구를 하면 남들이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 성과의 평가 방식에 대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업이 원하는 응용연구, 학문 자체의 발전을 위한 기초연구, 국가적으로 공공기술이나 기반기술 분야의 연구 등에서 평가 방식이 달라야 하는데 지금처럼 논문의 피인용지수나 특허 등 일률적 평가기준으로는 아름다운 합창의 하모니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앞선 질문과 연관되어 있습니다만, 동문으로서, 그리고 기업의 경영인으로서 서울공대의 교육과 관련하여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서울대 공대는 유행을 너무 따라가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대학은 학부에서 나노나 바이오 학과를 만들기도 하고, 특정 기업이 졸업생을 바로 쓸 수 있도록 특화된 교육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서울대 공대는 그렇지 않았으면 합니다. 특정 기업에 맞춘 전문성을 위주로 하는 학과가 있다면 그 학과 졸업생이 100% 그 회사에 취직한다면 모르겠지만, 거기서 떨어진 학생은 완전히 낙오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졸업한 화학공학과를 예로 들면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갈 수 있는 기업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배워야 할 principle을 충실히 배우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나오는 나노 기술 등은 과거의 기술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지 그게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니까 특강이나 한 두 개의 선택과목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제가 회사에서 박사학위자인 신입연구원을 받아보면, 예를 들어 나노분자 합성해가지고 바이오 애플리케이션 해 본 박사가 와도 똑같이 그일을 하지 않는 이상 쓸 데가 없어요. 기본이 되는 요소기술에 깊이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유용합니다. 그냥 어떤 입자하나 만들어 봤다고 해서 유기합성 전문가도 아니고 무기합성 전문가도 아니고 electro-chemistry 전문가도 아닌전문성이 결여된 generalist 박사가 많습니다. 배터리 같은 경우에 유기합성한 사람, 고분자 합성한 사람, 금속 welding한 사람, rhelology한 사람, 이런 기본 principle 전문가들이 모여서 분담하고 협업해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융합학과의 커리큘럼을 보면 어느 하나도 깊이 공부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대 공대 졸업생들은 기본 principle을 잘 배워서 졸업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공과대학은 산업계뿐만 아니라 학계 및 사회 전반을 포함하여 사장님과 같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리더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떠한 준비를해야 하는지, 그리고 학교가 중점을 두고 교육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서 학생들에게 교육을 시켜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인간성을 개조해 달라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세상에는 이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팀웍을 이루어야 해결할 수 있는 굉장히 복잡한 성격의 일들이 대부분입니다. 나의 전문성과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잘 합하는 협업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 이런 needs를 학생들에게 알려 주고 협업을 잘 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도록 해 주는 것. 저는 이런 것들이 오히려 더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학교는 기본 principle을 잘 가르쳐야 합니다. 가르치는 방식도 이제는 주입식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낼 수 있는 그런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LG화학은 우리 학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LG화학이 바라는 인재상은 무엇입니까?


꿈과 열정을 가지고 세계 최고에 도전하는 사람,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사람, 팀웍을 이루며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 꾸준히 실력을 배양하여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사람. 이게 LG그룹의 인재상이고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방향입니다. 과거처럼 상사가 강압적으로 막 밀어붙인다고 일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런 방식은 아주 잠깐은 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일을 잘 하려면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해야 합니다. 이미 검증된 남의 concept을 따라갈 때는 리더가 가는 길을 아니까 나를 따라와라 이렇게 이끌 수 있지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고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갈 때는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해야 합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직접 해보고 이렇게 사람들에게 motivation을 주는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LG화학은 자율과 창의의 조직문화, bottom-up의 조직문화로 바꾸려고 상사인 저부터 노력하고 있습니다.


LG화학에는 우리 서울 공대 동문들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본인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LG화학의 서울대 후배 동문들을 보실 때, 서울대 동문들의 장단점은 어떠한 것이 있으며, 개선되었으면 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제가 회사에서 37년째 근무하면서 학생들을 성적이 좋은 사람과 성적이 그저 그런 사람, 또 서울대 출신과 지방대출신으로 나누어서 어떤 친구들이 가장 일을 잘 하는가 보니까 성적이나 출신대학과 관련이 거의 없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서울대 출신이나 성적이 좋은 사람은 남이 설명해준 말을 잘 이해하는 이해력이 좋고 기본적으로 성실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성적이 우수한 사람이 창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출신대학이나 성적과는 무관하고 그 일에 대한 열정과 몰입이 있는 사람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게 내일이다,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라고 애틋한 마음으로 그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자기가 궁리를 해서 뭔가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 내는데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그 일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이 없으면 아이디어가 안 나옵니다. 그래서 조직에서는 그 창의성을 유발시키고 구성원들이 과제에 몰입하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창의적인 교육을 못 받았다고 blame을 많이 하지만, 그런 교육을 못 받았다고 우리 학생들이 창의적인 인재가 아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자기 일에 몰입할 수 있고 과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잘 만들어주면 지방대나 서울대나 출신 학교와 무관하게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서울대 출신은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37년 관찰한 결과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네 가지의 공통점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기본 지식, 열정, 끊임없는 자기혁신,남의 실력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 이렇게 4가지였습니다. 끊임없는 자기 혁신은 한두 번의 작은 성공에 취해서 더 이상의 노력을 안 하고 성공에 도취되어 있으면 안 되고,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더 스스로 혁신하면서 노력해야 계속적인 성공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마지막 네 번째가 서울대 졸업생들에게 가장 취약한 약점입니다. 남의 실력을 동원하는 것은 내가 필요로 할 때 어떤 사람들이 와서 나를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손해보고 밑질 줄 알아야 합니다. 돈도, 밥값도 자기가 먼저 내고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으면 들어 주고해야 상대방이 고맙게 여기고 언젠가 은혜를 한번 갚아야지 하는 마음을 감정 계좌에 잔고를 쌓듯 쌓아 둡니다. 나중에 내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았던 친구들은 반드시 나를 도와줍니다. 많은 경우 좋은 학교 나온 성적 우수자들이 조직에서 실패하는 경우의 90퍼센트가 이런 면에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LG그룹차원에서 마곡지구에 큰 투자를 계획하신다고 들었습니다. LG화학의 경우 벌써 연구원의 일부 분야는 이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떠한 플랜으로 추진되고 있는지요?


지금 이사하는 초기의 시작단계입니다. 마곡지구에 현재 연구동이 두 동 완공되어 700명 정도가 대전에서 올라와서 입주 중에 있습니다. 대전에 연구원이 3500명 정도가 있는데 20% 정도가 마곡지구로 이사해서 대전에서도 새로운 연구원을 선발중입니다. 총 4개 연구동이 지어질 계획인데 2020년 말에 완공되면 2500명 규모의 마구지구 연구센터가 완성됩니다. 대전이 여전히 가장 큰 R&D Hub 이고 마곡 연구센터는 새로운 연구센터로 운영하게 됩니다. 마곡연구센터는 LG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낼 분야들을 한 곳에 모아 새로운 분야를 집중 투자하고자 합니다. 마곡연구센터와 거리적으로 가까운 서울대와도 산학협력을 강화하여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에너지, 물과 공기의 질, 바이오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우수 인재들을 유치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전도 괜찮은 편이지만 마곡은 주변 여건이 우수 인재들에게 매력적이고 특히 서울대와는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좋은 학생들이 우리 연구센터에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문님께서 세상을 살아오시면서 가지시게 된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리고, 마지막으로 서울대 공대 동문들에게 남기시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거창은 좌우명은 없는데,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솔직히 저는 긴 목표를 가지고 살지는 않았습니다. 내일 일은 잘 모르겠지만 오늘,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유진녕
LG화학 CTO


유진녕 동문은 1957년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1975년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입학하였다. KAIST에서 석사를 마치고 LG화학 연구소에 입사하여 근무하다 회사학위취득프로그램으로 미국 리하이(Lehigh)대학교에서 3년 반을 수학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0년에 귀국하여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을 맡았고 현재는 LG화학 CTO로 재직중이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위원으로 일했고, 한국공학한림원 선정 ‘대한민국 100대 기술과 주역상’,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선정 ‘기술경영인상’, 금탑산업훈장, 제28회 인촌상 등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