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소식

서울대에서 최고 인기 학부로 꼽히는 컴퓨터공학부가 때 아닌 조교 구인난(難)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대 역사상 최초로 ‘학부생 조교’를 동원하고, 석사과정 졸업 요건에 ‘조교 활동 1회 이상 필수’를 끼워 넣는 등 갖은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이런 배경엔 ‘코로나’와 ‘코딩 열풍’이 있다.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강의실 제약이 사라지자, 학생들이 그간 듣지 못했던 ‘코딩 수업’에 대거 몰렸고 학과도 수요에 맞춰 정원을 3배가량 크게 늘린 것이다. 일부 수업은 정원이 200명이 넘는다. 하지만 전례 없는 비대면 대형 강의를 교수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강의 보조를 위한 ‘조교 급구’에 나선 것이다.

29일 서울대에 따르면, 컴퓨터공학부의 주요 13교과목 강의 정원(定員)은 2019년 1913명에서 올해 3092명으로 60% 이상 크게 늘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해도 이 학부엔 150명 이상 대형 강의가 하나도 없었지만, 비대면 화상 수업이 가능해지자 학생들에게 강의장 문턱을 낮춘 것이다. 필수 과목인 이산수학(269명), 자료구조(201명)는 200명 이상 대형 강의로 만들었다. 하순회 컴퓨터공학부 학부장(교수)은 “그동안 대형 강의실이 부족해 정원 자체가 적었던 데다, 컴퓨터 주 전공생에게 수강 우선권을 줬기 때문에 다른 과 학생들의 수강 신청이 매우 어려웠다”며 “코로나로 비대면이 가능해지면서 연도별 정원을 2~3배 정도 늘렸고 수강생도 함께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조교’가 대거 필요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론 과목엔 40명당 1명, 소프트웨어(SW) 실습은 30명당 1명, 하드웨어(HW) 실습에는 20명당 1명 조교가 필요하다고 한다. 조교 구인난에 시달리자, 서울대 최초로 ‘학부생 조교제’를 도입했다. 각 수업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부생을 뽑아 학기당 장학금 120만원이나 학점을 주고 수업 조교로 선발하는 것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석사과정 학생들의 졸업 요건에도 ‘1회 이상 수업 조교 활동 필수’를 넣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대의 ‘조교 구인난’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부터 학부생 스스로 본인의 전공을 설계·신설하는 ‘학생 설계 전공’이 전 학부생에게 확대되면, 컴퓨터공학 수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순회 학부장은 “많은 학생에게 수업 참여 기회를 주기 위해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더라도 대면·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수업할 예정”이라며 “동시에 교수 증원, 대형 강의실 마련 등 제반 인프라를 갖춰 나가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