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실리콘마이터스 허염 대표이사

Q. 반갑습니다. 서울공대 독자 동문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우선 이렇게 웹진으로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고 반갑습니다. 제 이름은 허염입니다. 2007년 실리콘마이터스를 창업하고 지금까지 대표이사로 있습니다. 저는 1970년에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하고 1974년 졸업했습니다. 이어 석사는 카이스트에서 마치고 삼성전자에서 3년간 재직한 후 스탠퍼드에 가서 전자공학 박사를 끝냈습니다. 그 뒤로는 미국 연구소에서 일을 하다가 삼성전자 임원으로 입사해서 컴퓨터 시스템 및 CPU 개발을 맡아 일을 하던 중 인연이 되어서 하이닉스의 시스템반도체 본부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하이닉스가 재무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가 있었는데, 제가 맡았던 사업본부를 미국 사모펀드로부터 1조 원 규모의 투자 유치와 함께 분리 매각 작업을 주도했었습니다. 이렇게 생긴 회사가 매그나칩반도체인데, 이 회사의 창립 대표이사로 2년 정도 일하고 나와서 실리콘마이터스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Q. 서울대 공대 전자공학과로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제가 고등학생일 때는 전국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두 서울대를 가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당시 이공계 쪽에서는 전자공학과가 각광을 받으며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전자공학으로 마음을 정한 것은 학교 다닐 때 물리를 좋아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화학과목, 특히 무기화학에서는 무조건 외워야 할 게 너무 많고 그 체계를 찾기 힘들었던 반면 물리는 원리를 이해하면 수학을 이용하여 응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습니다. 당시에 전자분야에서는 금성사(현 LG전자)가 이미 있었고 삼성그룹이 전자산업을 시작하던 시기로 전자분야가 새롭고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자공학과를 지원했고 다행히 합격해서 현재까지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Q. 학창 시절의 추억이나 생각나는 은사님이 계신가요?
A. 대학교 다닐 때가 20대 초반이니 인생에 있어서 아주 소중한 추억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때는 서울공대 캠퍼스가 공릉동에 따로 있었는데, 여건이 열악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입학시험 예비 소집일에 공대를 처음 갔더니 오래된 본관 건물 벽에 크게 때운 자국들이 여기 저기 있었습니다. 6.25 전쟁 때 폭탄이 터지면서 파편으로 상처 난 자국들을 막아 놓은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서울공대는 매우 유명하지만 시설은 정말 별로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연세대나 고려대 본관 건물들은 번쩍번쩍했습니다.(웃음) 그래도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모인 곳이니까 이곳이 더 멋이 있겠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던 때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이라 시위를 많이 했습니다. 공부를 한 건지 데모를 하면서 다닌 건지..., 그래도 학교가 열리면 열심히 공부하고, 스터디 그룹도 스스로 만들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전자과에는 교수님이 네 분밖에 계시지 않았습니다. 하나 기억이 나는 게, 시위가 심해지면 휴교가 되곤 해서 한 학기를 제대로 끝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의 교과서는 마지막 Chapter 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쯤에서 끝나는 게 다반사였습니다. 그래서 늘 우리가 끝내지 못하니까 한 번은 최계근 교수님이 학기 시작할 때, 거꾸로 한번 배워보자고 하시면서 제일 첫 시간에 마지막 Chapter-8을 강의하시고 그다음 주는 Chapter-7 이렇게 나가면서 매주 문제풀이 숙제를 내주셨는데, 우리는 그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앞 Chapter 들을 스스로 공부해야만 했습니다. 그 강의도 Chapter 4개 나간 후에 휴교를 하게 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책 한 권을 다 공부하게 된 셈이었습니다. 나중에 직장 생활할 때 발상의 전환의 예로 직원들에게 가끔 이야기해 주곤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전자공학과 다닐 때 모두 우수하고 훌륭한 친구들이라 서로 많이 배우고 우애들이 깊어서 아주 좋은 추억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과 비교하면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정말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Q. ㈜실리콘마이터스 창업을 하시게 된 결정적인 결심이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제가 미국 스탠퍼드에서 박사 끝내고 연구소에 있을 때 실리콘밸리의 주위 사람들이 벤처 투자를 받아 창업해서 성공하는 등, Entrepreneurship(기업가 정신)이 팽배했었습니다. 저도 미국 유학 가기 전 삼성전자에서 신규 사업으로 컴퓨터 사업을 기획하고 개발을 담당하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벤처 스타트업을해 보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나름대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삼성전자에서 투자 관심이 있다 하여 한국을 방문해서 오랜만에 강진구 사장님을 뵙고 사업 설명을 드리니 다 듣고서 저에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네가 회사를 만들고 하는 것은 나중에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걸세. 아직 A부터 Z까지 다 해보지는 않았으니 일단 삼성에 다시 들어와서 이 사업을 해 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때까지 저는 주로 개발을 했기 때문에 더 넓게 경험을 해 보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삼성전자에 임원으로 재입사하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이로 인하여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현대전자 하이닉스의 사업본부장을 하고 매그나칩반도체의 대표이사를 끝으로 20년의 대기업 임원 생활을 마감하면서 이번에는 내가 스스로 주인이 되어 의미 있는 회사를 만들어 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내 뜻대로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이런저런 이유로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한국의 발전에 필요하나 대기업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품목인 PMIC(전력관리집적회로) 분야에 전문성이 강한 팹리스(Fabless) 회사를 창업하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팹리스는 반도체 제품의 개발과 영업은 자체적으로 하고 생산은 외주를 활용하는 두뇌집약적인 회사의 형태입니다. 당시만 해도 PMIC 분야는 우리나라에서는 전문 인력이나 기술이 매우 일천한 아주 도전적인 분야였습니다. 정말 벤처 창업은 맨땅에 헤딩이었습니다. 책상 하나 두고 처음 5명의 팀을 결성하고 목표 제품을 정하고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초기 구성원들의 단합된 노력으로 제품의 최초 국산화에 성공하고 당시 한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미국 및 유럽의 선도 회사들을 차례차례로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Q. ㈜실리콘마이터스의 비전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실리콘마이터스는 파워 아날로그(Power Analog) 분야의 SOC(System-on-Chip)에 해당하는 PMIC 제품을 선도해 나가는 회사입니다. 제품 기술력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가장 앞서 있으며, 일부 품목에서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제품은 TV, Monitor, Notebook 용 LCD 및 OLED 디스플레이 제품들과 스마트폰 등 모바일 제품의 전원관리용 솔루션칩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큰 고객이며, 중국의 모든 주요 스마트폰 업체, TV 업체들도 저희 주요 고객입니다. 또한, 현재 일본 미국으로도 고객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비전은 지난 13년간 축적된 IP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기술 우위 제품을 선도적으로 개발해서 PMIC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Q. ㈜실리콘마이터스와 대학 간의 산학 협력을 추진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창업 후 초기에는 상용화할 제품의 개발에만 집중하다 보니 다음 단계에 필요한 선행 기술들을 개발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Power Analog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신 대학교수님들과 함께 국책과제를 받아서 예산 대부분을 관련 교수님들의 연구실에서 선행과제들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회사 초기부터 산학협동을 한 셈입니다. 저희와 같은 팹리스 회사의 경우 고급 반도체 설계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입니다. 산학협동을 하다 보면 과제 수행에 참여한 연구실 석·박사 학생들이 저희 연구원들과 교류하면서 업무의 내용을 잘 알게 되고 또한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면서 졸업 후 대기업으로 가지 않고 대신 저희 회사에 취업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산학협동은 고급 기술 인력 확보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실력 있는 대학 연구실과의 산학협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이닉스와 매그나칩 시절에도 서울대 공대를 포함해서 여러 대학교들과 협력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가 반도체 생산 설비를 다 가지고 있으니까 교수님들이 연구하시다가 실제로 반도체 시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면 많은 지원을 해드렸습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 연구실에서 반도체 설계와 시제품을 만들어 직접 평가해본 석·박사 졸업생들은 회사에 입사해서 현업에 투입될 경우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성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Q. 독일이나 해외 선진국들은 산학협력이 많이 이루어지는데,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대학과 산학협력을 하는 것의 애로사항 중의 하나가 어떻게 협력을 하고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저는 학번이 빠르고 주요 대학에 서울대 출신 후배 교수들이 많아서 유리한 점이 있었고 또 반도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해서 시니어 입장이니까 관련 교수님들과 협력 요청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반면, 일반 중소기업들의 경우 대학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요즘에는 교수님들이 산학협력에 관심이 많고 서울공대를 비롯하여 여러 산학 프로그램들이 가동되기 때문에 일반 중소기업들도 찾아보면 기술협력의 기회를 만들기 쉽습니다. 중요한 것은, 교수님들은 연구실마다 전공 분야가 있는데 그것을 잘 파악해서 매칭이 잘 되어야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저도 많이 활용했지만, 정부의 국책과제를 산학협동 형태로 활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대학 연구실에서 교수님들이 대학원 학생들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 특히 산업부와 간담회가 있을 때마다 국책과제 예산을 기업에 직접 주는 것보다는 대학교 쪽으로 더 많이 배정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대학 연구실이 강해지면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게 되고 결국 실력을 갖춘 기술인력들을 배출해낼 수 있습니다. 한편, 중소기업은 선행 개발에 대한 전문 인력과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학협동이 중소기업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서울공대도 최근 이러한 지원 프로그램들이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대학의 연구실들이 좀 더 발 벗고 나서서 성장성 있는 중소기업 쪽으로 다가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Q. 공대에서도 글로벌 리더 양성을 강조하는데요. 리더로서 활약하기 위해 학생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A. 요즘 학생들은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해외여행도 많이 하고 바깥세상을 보면서 안목을 넓힐 기회를 가지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저희가 학교 다닐 때는 해외를 나갈 기회가 없었고, 대부분 유학 갈 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습니다. 학부 4학년 여름에 같은 전자과 복학생 한 명이 일본을 한 달 연수프로그램으로 다녀왔는데 워낙 드문 경우이어서 같은 과 친구들이 모여서 경험담을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는 미국의 스탠퍼드, MIT 등 일류 대학교와 서울공대의 차이가 매우 커서 전자과 졸업생 대부분 박사과정은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공대에 훌륭한 교수님들도 많이 와 계십니다. 이제는 역으로 서울대에서 박사를 끝내고 해외 유명 대학에 교수로 부임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선진국이 되었고 특히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서울공대 학생들도 무엇을 하든간에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고 글로벌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대생의 경우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겠고 특히 이에 합당한 안목과 가치관도 가져야 할 겁니다.
Q. 리더의 자질은 무엇인가요? 공대 후배 구성원들에게 사회 리더의 자질을 가질 수 있게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A. 리더란 앞에서 이끌고 나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큰 조직의 리더도 있고, 작은 조직의 리더도 있고, 심지어 1인 리더도 있습니다. 1인 리더란 스스로 자신에 대한 리더입니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누구나 다 리더입니다. 그런데, 리더에겐 따라오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즉 조직의 구성원이지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따라오게 하는가입니다. 제가 대기업에 있을 때 본부 장이 되니까 2,000명이 넘는 임직원이 있더군요. 이미 갖추어진 회사의 경우 리더의 권위는 회사의 조직 체계가 준다 하더라도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하여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리더를 믿고 따르게 하는 리더십(Leadership)을 발휘해야 합니다. 반면 후일 제가 회사를 창업해 보니 이때는 리더십을 맨땅에서 하나씩 만들어 가야 했습니다. 사실 대기업보다는 창업을 하고 회사를 성장시키면서 값어치 있는 경험을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리더가 되려면 실력도 있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수록 구성원들이 리더를 신뢰하고 목표를 향해 고난을 함께 헤쳐 나가게 하는 뭉친 힘이 됩니다. 저는 리더십은 조직으로부터 그냥 주어지는(Given) 것이 아니라 리더가 구성원들로부터 땀과 노력을 통해 얻는(Earn)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Leader가 되려면 조직이나 집단이 크든 작든 목표를 잘 세우고 소통을 하면서 구성원들의 동기를 유발해 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스스로 겸허한 자세를 가지고 구성원들의 말을 경청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면 도움이 될 겁니다. 진정한 리더는 앞에서 끌고 만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구성원들이 함께 나란히 같이 뛸 수 있어야 합니다. 리더가 되는 것도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리더십 관련하여 제가 추천하고 싶은 좋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오랜 기간 스탠퍼드의 총장을 역임하고 은퇴한 존 헤네시 교수님이 집필한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스탠퍼드에 유학 갔을 때 헤네시 교수(당시 조교수)로부터 Computer Language Compiler 코스를 2quarter 동안 수강하면서 이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이분은 학과장, 공대학장, 부총장을 거쳐 총장으로 봉직하면서 스탠퍼드 발전에 아주 많은 업적을 남긴 분입니다. 이 책에서 평교수로부터 시작하여 나중에 총장직을 맡으면서 본인이 어떻게 Leader로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아주 진솔하게 말해 주고 있는데 우리가 배울 점들이 많기에 일독을 권합니다.
Q. 마지막으로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좌우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의 좌우명은 간단합니다. “Do the best”, 즉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잘 정하고 최선을 다하면 꿈도 이루어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Q. 서울대 공대 발전기금도 주셨는데, 어떠한 마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큰 액수를 한 것도 아니기에 좀 송구스럽군요. 제가 금년 4월 포스코 청암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포스코 설립자인 고 청암 박태준 회장님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제정된 것으로 상당히 영예로운 상입니다. 제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업적을 인정해주신 것 같습니다. 당시 2억 원의 상금을 받았는데 제가 법인이사로 있는 포항공대와 제 모교인 서울대 공대에 각각 1억 원씩 기부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서울공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기부금과 함께 무에서 유를 창조한 박태준 회장님의 개척 정신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Q . 서울공대에 바라는 기대나 발전을 위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A.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의 장학재단 이사로 있고, 그쪽에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공대 여러 교수님들과 잘 알고 가깝게 지냅니다. 서울공대에 이제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제가 미국의 유명 대학교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 서울공대는 이제 가지고 있는 능력 면에서도 훨훨 날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규제의 울타리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의 스탠퍼드, MIT에서는 어떤 분야가 미래라고 하면 학과에 관계없이 관련 교수님들이 모여서 새로운 연구 테마를 설정하고 정부를 리드하면서 연구 이니셔티브를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상황인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저도 마음도 답답한데 우리 능력 있는 교수님들은 더 답답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것 중의 하나가 반도체인데 졸업생 수가 형편없이 부족한데도 정원을 늘리는 것이 이런저런 규제로 그렇게 어렵다고 합니다. 한쪽에서는 사람이 모자란다고 아우성인데 저쪽에서는 취업도 안 되는 졸업생을 잔뜩 배출하니 국가적으로 정말 비효율적이지 않습니까? 특히 서울공대처럼 실력있는 곳에는 자율권을 많이 보장해서 미래 지향적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그동안 산업계가 정말 열심히 일하면서 이룬 결과로 이제는 우리가 좀 먹고 살만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잘 살 것으로 많은 기관과 사람들이 착각하실 수 있는데, 우리의 경쟁력이 약해지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 강화, 특히 AI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데 서울공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제나 서울공대의 발전과 도약을 기원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