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교수가 쓴 면역항암제 이야기
우리나라 암환자가 5년 이상 살 상대생존율은 70.4%로 나타났다. 12년 전보다 1.3배 높아진 수치다. 생존율이 100%면 일반인과 같다는 뜻이다. 암은 머지않아 정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다.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은 생명공학자나 의학자가 아닌 자칭 ‘공대 교수’가 쓴 암 정복 과정 소개서다. 지은이 도준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18년 동안 면역학과 재료공학을 융합하는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이 책은 면역항암제의 개발역사와 동향, 종양면역학 이론까지 거의 모든 것을 정리해 놨다. 획기적인 암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면역항암제의 기능 원리, 효능과 함께 그 한계, 향후의 과제를 일목요연하게 소개한다. 설명이 친절한 편이어서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라도 주의 깊게 읽는다면 암과 면역의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주변에 암 환자를 둔 독자들에겐 큰 힘이 될 수 있는 희망과 설득력을 담고 있다.
암은 유전자 변이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암 덩어리를 없애기 위한 외과적 수술이나 방사선치료가 주로 활용됐다.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독성 화학물질을 투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암세포만을 잡는다고 암이 없어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됐다. 암 조직은 섬유아세포, 혈관내피세포, 다양한 면역세포 등 여러 종류의 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종양미세환경을 형성한다. 이들은 암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혈관을 새로 만드는 등 암세포의 성장을 도우면서 항암제 효능을 저해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래서 종양미세환경으로 암 치료 관점이 확장됐다. 암을 직접 표적하지 않고 면역 기능을 강화해 간접적으로 암을 없애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게 됐다. 바로 면역항암 치료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면역관문억제제가 암 치료제 가운데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면 CAR-T세포 치료제는 면역항암제로 암을 완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CAR-T세포는 환자의 몸속에서 꺼낸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용해서 만든 것이다. 종양을 인지하는 부위와 T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부위 등 T세포가 암을 인지해 없애는 데 필요한 여러 수용체의 기능적 부위를 모아 인공적으로 합성한 수용체다. 이를 암 환자 자신의 T세포에 삽입한 다음 환자 몸 밖에서 대량으로 배양해 환자에게 다시 주입해 암을 치료한다.
그러나 면역관문억제제는 20% 내외의 환자에게서만 반응을 보였다. 대장암·위암·췌장암 등 효능이 나타나지 않는 암종도 밝혀졌다. 단독투여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현재는 면역항암제의 효능과 부작용을 예측하기 위한 바이오마커와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끌어올리려는 병용투여법 개발 열기가 뜨겁다. 환자 맞춤형 면역항암 치료가 가능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