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소식

차상균 빅데이터연구원장, 올 4차례 해외 방문에도 영입 실패
서울대 데이터대학원 기금
30억, MIT는 단과대 한곳에 1조원






지난달 11일 백팩을 멘 남자가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LA 땅을 밟았다. 차상균〈사진〉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이었다. 입국 목적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또는 한국계 AI(인공지능)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것. 서울대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을 설립하고 교수를 영입하기로 결정한 올 초 이후 벌써 네 번째 해외 방문이다.

이번에는 자신이 있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기업인을 설득해 받기로 약속한 기금 30억원이 있어서다. '좋은 교수가 있다면
30억원을 단 한 명에게 5년간 연구비로 모두 제공할 수도 있다'는 계획으로 1주일 동안 LA와 샌프란시스코 등을 돌며 미리 점찍어둔 후보들을 만났다. 그중에는 꼭 데려오고 싶은 30대 초반 여성 기업 연구원도 있었다. 결과는 이번에도 실패, 빈손으로 인천공항에 돌아왔다. 차 원장은 "후원자에게 '세계 최고의 AI 인재를 데려오겠다'고 다짐했는데, 면목이 없다"며 "계획한 수준에서는 염두에 두고 있던 인재 영입이 불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 문을 여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전문대학원이 '교수 모시기'에 비상이 걸렸다. 데이터사이언스 전문대학원은 '관악
AI 밸리'를 내걸고 올해 2월 취임한 오세정 총장의 야심작이다. 내년부터 이곳에서 교수 15명이 석·박사 60명을 AI 전문 인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개강을 8개월 앞둔 이달 4일 기준, 서울대가 확보한 교수는 2명에 불과하다.

문제는 연구 환경과 보수(報酬)다. 인재를 영입하려면 대상자가 연구에 몰두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연구 시설,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 연구의 확실한 자율성 보장 등이다. 차 원장은 "솔직히 아직 서울대 연구 환경이 글로벌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보수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장에서 괜찮은 수준의
AI 분야 인재는 대학 교수와 기업 연구원을 겸직하면 합산해서 1년에 3억원 이상을 번다. 호봉제가 있는 서울대 정교수 평균 연봉은 1억원 남짓. 그런데 외부 겸직 활동은 주(週) 8시간을 넘기지 못하게 규제당한다.

연구 환경과 보수를 결정하는 것은 '기금'의 규모다.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은 올해 예산
22억6000만원 외에 기금이라곤 최근 차 원장이 최근 약속받은 30억원이 전부다. 미국 MITAI 단과대를 위해 1조1000억원 기금을 조성해놨다.

차 원장은 "1급 인재를 탐색차 만나서 미국 연구 환경 얘기를 듣다 보면, 서울대가 제안할 수 있는 게 너무 초라해 차마 스카우트 얘기를 꺼내지조차 못하고 그냥 온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세계 100위 안에 꼽히는 1급
AI 전문가 가운데 한국인 또는 한국계가 5~6명 정도 있는데, 이들을 대상으로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기금을 더 모으고 있지만, 모든 여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미국을 떠나 한국으로 오라고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사정은 카이스트도 비슷하다. 학생 지원자는 엄청나게 몰렸다. 지난 6월 석사 과정 20명, 박사 과정 10명 선발했는데, 석사 과정에만 180명이 몰려 9대1 경쟁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교수진이다. 카이스트는 기존 교수 7명 이외에 2023년까지 교수 13명을 추가로 뽑아 총 20명의 전임 교원을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 채용 목표는 3명. 하지만 지금까지 채용이 확정된 사람은 없고 2명에 대한 채용 절차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