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소식

# 서울 K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 모군(18)은 엔지니어의 꿈을 갖고 공대에 들어가는 게 목표지만 학교에서 물리학 과목을 선택하는 친구가 없어 고민이 많다. 수강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물리Ⅱ 과목을 개설하지 않았고 김군은 스스로 독학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김군은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면 당장 물리학의 기초가 많이 요구된다고 들었는데 고등학교에서 충분히 토대를 쌓는 게 여간 쉽지 않다”며, “인근 3개 학교를 모아서 고교물리Ⅱ를 개설하는 방안을 학교 측이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수험생활 중 이동시간이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학장 차국헌)는 위 사례처럼 최근 수학, 과학 과목에서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입학하는 것을 고려하여 기초교육원, 자연대와 공동으로 학부 신입생의 기초과학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학과 물리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이해하는데 기초가 되는 과목으로 학부 1학년때 공대 대부분의 학과가 필수로 수학과 물리학 과목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3년간 서울대 이공계 신입생의 전형별 고등학교 물리Ⅱ 이수자 수를 보면 수시모집 학생 4,066명중 1,813명(45%)이, 정시모집 학생 1,734명중 968명(56%), 총 5,800명중 2,781명(48%)이 고등학교에서 물리Ⅱ를 이수하지 않고 입학했다. 심화과정을 모두 배우는 과학고와 영재학교 학생 1,128명을 빼면 일반고 학생 4,672명중 2,781명(60%), 즉 10명중 6명이 물리Ⅱ를 이수하지 않았다.
 
최성현 공대 교무부학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고전역학, 열역학, 전자기학 등 물리Ⅱ에서 다루는 내용은 대학에서 기계공학, 전기정보공학 등 관련 전공을 이어가는 데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신입생 면담 때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고등학생 때 물리Ⅱ가 노력 대비 성적 향상 효과가 미미하여 입시에 유리한 다른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고 말했다.

 
▲ 최근 5년간 수학과 물리학 강의 취소율
 
물리학 등 기초과학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채 대학에 들어온 이공대 진학자들은 대학 전공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거나 전공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는 학생들도 있다. 최근 5년간 서울대에서 개설된 물리학 강의 가운데 학생들의 수강 중도 취소율이 15%를 넘긴 강의의 비중은 24%로 조사돼 수학(7%)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수강 중도 취소율이 25%를 넘는 강의 비중은 물리학과 수학이 각각 8%, 1%로 차이가 더욱 벌어졌다. 갑자기 확 높아진 물리학 난이도에 좌절해 적성이 아니라고 판단해 공학도의 꿈을 접는 사례도 있고 졸업을 위해 물리학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학생은 주로 계절 학기를 이용하거나 고학년 때 수강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서울대 공대는 최근 교과과정위원회를 열고 물리Ⅱ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입학한 학생들은 ‘물리학’ 대신 ‘물리의 기본’을 이수하도록 규정을 수정했다. 고등학교에서 물리Ⅱ를 배우고 입학한 학생들은 기존과 같이 ‘물리학’을 이수할 수 있으며, 영재학교 등에서 심화과목을 배우고 입학한 학생들은 평가시험을 거쳐 고급물리를 이수하도록 하는 등 다양하고 세분화된 수준별 기초과학 과목을 제공하기로 했다.
 
공학교육혁신센터장을 맡고 있는 강현구 교수는 “학부 기초과학 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기초가 튼튼해야 멀리 뻗어나갈 수 있다”며, “수학, 물리학 등 4차산업혁명의 인재들을 키우는데 기초가 되는 과목은 기초교육원과 협력해서 앞으로 수준별 과목을 다양하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 교육 강화를 이끄는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초과학 뿐 아니라 컴퓨터 관련 기초도 중요하다”며, “공대 학부생 뿐만 아니라 인문·사회 계열 학생들도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과목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