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Q 이우종 동문님, 반갑습니다. 서울공대지 독자이신 동문들께 간단히 현재 동문님의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A 지난해 말 대학총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게 됐습니다. 38년간 대학에서 교직 생활을 해왔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학사회와 교육에 작은 보탬이 되고자 청운대학교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간의 경험과 노하우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자 그 어느 때보다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청운대학교 홍성캠퍼스와 인천캠퍼스를 오가며 업무를 진행하고, 정부의 대학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TF팀을 꾸리는 등 대학 발전을 위한 초석 다지기에 한창입니다.


Q 1972년 서울대 건축학과에 진학하셨는데 당시 건축학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A 고등학교 때 자연계열이었지만 사실 인문학적, 예술적 성향을 더 많이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미술반 활동을 하면서 수업 후에는 항상 미술실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거의 매일 그림을 그리며 화가를 꿈꾸기도 했습니다. 대학 진학 시에는 장래를 보고 공과대학에 지원했는데 공과대학 중에서도 미술적 감각을 활용할 수 있는 건축학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여러가지 고민 끝에 건축학은 특정인을 고객(Client)으로 하지만 도시계획은 일반 풀뿌리 대중을 위하여 활동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을 느껴 전공을 도시계획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Q 학창시절의 추억이나 생각나는 은사님이나 동료, 선후배가 있으신지요?

A 故윤정섭 명예교수님입니다. 서울대에서 석사, 박사를 거치는 동안 지도교수님이셨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도시계획 학문을 가르친 1호 교수님이자, 당시에는 건축학을 바탕으로 도시계획을 연구하고 실무와 정책에 관여한 거의 최초의 교수님이셨죠. 교수님의 저서인 『도시계획』은 무려 20년간 유일한 학문서였을 정도니까요. 덕분에 저는 도시계획이란 학문에 눈을 뜨게 됐습니다. 제가 2012년에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장에 당선되었는데, 은사님이 오래전에 맡았던 학회장직을 물려 받아 그분의 뒤를 잇는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결혼식 때는 주례도 맡아주셨고 여러모로 제게는 아버지와 다름 없는 분입니다.


Q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를 시작으로 동 대학 부총장과 비전타워건설본부장, 건설교통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도시계획 위원 등 국내 도시계획분야 최고 권위자에서 청운대학교 7대 총장으로 취임하게 되셨습니다. 취임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A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지방대학에 위기가 닥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1980년대 초 학교 이름조차 생소했던 경원대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했으며, 경원대학교 부총장이였을 당시 경원전문대학과 경원대학교를 하나의 대학으로 통합하고 이 경험을 다시 발휘해 가천의대와 통합해 (통합)가천대학교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켜 대학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이런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학교법인 혜전학원에 제출한 청운대학교 발전 계획서에 학교 발전뿐만 아니라 비전과 계획을 나름 높이 평가받았기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로서는 그동안의 축적의 시간과 도시계획이라는 제 전공이 맞물려 대학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며 상생하는 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취임을 결정했습니다. 영원히 학생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어느덧 정년퇴임의 시간이 찾아오면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연을 벗 삼아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저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신 것 같아 청운대학교를 더 좋은 대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청운대학교 대학본부 신념과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Q 청운대학교에 대해 전반적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청운대학교는 충남도청 소재지인 홍성군에 5개 단과대학, 22개학과, 그리고 인천광역시에 2개 단과대학, 8개 학과에서 7,000여명의 재학생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양 캠퍼스는 훌륭한 200여명의 교수진, 그리고 130여명의 행정직원 체재를 갖추고 있습니다. 1995년 700여명의 재학생을 개교한 이래 짧은 시간 동안 이와 같은 외적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또한 수도권 유일의 산업대학으로서 4년제 산업체위탁교육을 책임지고 있으며, 홍성캠퍼스는 2018년 교육부에서 주관한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에 선정돼 충청남도에서 주요 평생교육 거점 대학이 됐습니다. 이외에도 국내 단 3개 뿐인 베트남학과는 2018년도 특수외국어 전문교육기관 사업에 선정되었고, 방송산업 분야는 특성화사업 지원대학으로 5회 연속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청운대학교는 각 학과의 특성화, 실무교육으로 실제 산업현장에서 인정받는 창의·실용인재를 양성하며 ‘학생성공시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Q 청운대학교의 새로운 50년, 100년을 향한 도전적인 비전을 가지고 계신데 이를 위한 중점적인 계획은 무엇인지요?
A 그에 앞서 처음엔 현실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부임 후 3개월 정도는 학교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장·단점과 잠재력을 찾는데 집중했습니다. 두 달에 걸쳐 교수님 한 분 한 분을 만났고 이어 한 달은 오찬시간을 이용해 청운대학교 구성원과의 서로 얼굴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지침 삼아 앞으로 50년, 100년을 잇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보다 소통과 화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늘날의 대학은 ‘학생’이 올바른 교육을 받고 인생을 가치있게 살아가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에 ‘학생성공시대’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학교에 머무는 시간 동안 학생이 행복해야 하고 학업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물리적, 감성적 환경을 만들어주고 졸업 후에는 학생들이 원하는 분야에 취업할 수 있게 도와주어 ‘학생성공시대’를 열어 가고자 합니다.

 

Q 최근 우리나라 대학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그 가운데 청운대학교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분야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대학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대학간 경쟁 심화, 학생의 수도권 집중 등은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이 와중에 청운대학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만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평균의 종말』이란 책을 보면 평균이란 잣대로 모든 이를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성적의 평균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누구나 자신만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을 한 두 개는 꼭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젊었을 때 이를 잘 파악하고 앞날을 현명하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물론 젊은 나이에 이 모든 것을 파악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때면, 저는 “본인 적성에 맞지 않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 나가라. 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면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해주곤 합니다. 마침 청운대학교에는 그런 학과들이 많습니다. 호텔·관광·조리·항공분야와 공연예술에 특화된 학과들도 많고, 전국에 3개 밖에 없는 베트남학과도 있습니다. 정부의 인정을 받아 재정지원으로 건립한 방송미디어교육센터(BMEC, Broadcasting Media Education Center)도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잘 살려 더욱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Q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같은 급변하는 산업사회환경 하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필요한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강
조해야 할까요?

A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지식은 인공지능(AI)이, 노동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분명 틈새시장은 있습니다. 호텔, 공연예술, 항공서비스 관련 학과 등은 다가올 시대에도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성’과 연관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 분야에서 최고의 명장이 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 청운대학교 학생들도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겨룬 ‘2018 현대차그룹 대학 연극·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뮤지컬 부문 대상과 연기상을 휩쓸기도 했고, ‘제31회 한국인테리어디자인대전(2018)’에서 우리 대학 재학생이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5천여 명이 참여한 ‘2019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 경연대회’에서 단체 부문 대상, 금상 등 참가자 전원이 수상을 일궈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잘하는 것을 찾아내고 여기에 집중하여 강소대학을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Q 국가적인 난제 중 하나가 청년 취업 문제입니다. 청운대학교는 지난 3월 취업연계 중점대학에 4년 연속 선정 되었는데요,
취업연계 활동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A 실제 근무환경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고 실습한다는 게 장점입니다. 기업에 가서 재교육 받을 필요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게 지원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 학생들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를 예로 들면, 조리 실습실은 여느 훌륭한 레스토랑 못지 않은 시설과 조리기구가 있고, 항공서비스경영학과의 경우에도 실제 비행기 모형 안에서 서비스 실습을 할 수 있게 구성돼 있습니다. 방송실습실 역시 마찬가지죠. 이를 통해 실무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Q 갈수록 지역과 대학간 산학협력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운대학교 역시 인천캠퍼스를 통해 많은 산업체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진행하시는 산학협력사업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청운대학교 인천캠퍼스는 전국에 2곳 밖에 없는 수도권에서는 유일한 산업대학입니다. 개인 사정이나 다른 이유로 대학을 가지 못한 산업체 재직자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인천 지역이 필요로 하는 해양·항만·건설·토목·물류·IT 분야의 교육 여건을 제공하며 산학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2014년도에 산학융합 연구마을에 선정돼 산학협력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홍성캠퍼스 또한 지역과 연계해 여러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풀뿌리기업육성사업, 청년CEO 양성 프로젝트, 중소기업 산학협력센터 운영 등 지역 기반의 여러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한국연구재단 인문도시지원사업 주관기관으로서 지역학 강좌도 운영합니다. 지난해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에 선정돼 평생(성인) 학습자를 위한 ‘사회서비스대학’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성인 학
습자의 교육을 전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처럼 재직자 및 성인 학습자의 재교육, 평생교육이 중요한 까닭은 고령화 시대, 급변하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다보스 포럼 컨퍼런스에 가서 들어보니,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살아가는 동안 평균 6번 직업을 바꿀 것으로 예측된다고 합니다. 다양한 직업을 소화하기 위해선 결국 교육이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청운대학교만의 강점이 있습니다. 현재도 산학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기업, 단체와 부단히 만나며 MOU를 맺고 있습니다.


Q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인하 및 동결 등 지방대학의 어려움이 크다고 들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
는지요.

A 우선 학부교육을 내실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산업체위탁교육과 평생교육체제를 더욱 활성화하고 외국인학생 유치에 힘쓰는 등 자구책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지방대학들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강소대학으로서 틈새시장을 이용해 블루오션에 진입해야 합니다. 아울러 교육부가 지방대학에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을 한다고 하지만 지방대학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고 여겨집니다. 평가기준 자체가 지방대학에는 상당히 불리해 결과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대학의 자구책 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방대학들에 대한 성장 지원이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교육부에서 제시하는 방향도 중요하지만 우리 대학만의 장점과 비전을 가지고 구성원들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간다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청운대학교가 될 것 입니다.

 

Q 우리 공과대학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총장님처럼 글로벌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리더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어떤 준비를 더 해야 하는지, 학교가 중점을 두고 육성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요.

A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에는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요즘 학생들이 위축돼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그럴수록 도전을 꺼리게 됩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만이 성공의 성취감을 알 수 있기에 무슨 일이든 도전하게 된다면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경험과 경력으로 쌓이고, 작더라도 하나 하나 축적해 나간다면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잘하는 것은 더 잘하게 되는거죠. 교육은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무엇을 도와주고 공급해야 하는지 살피는 것이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하며, 저 또한 한 명의 ‘선생님’으로서 이를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Q 한 대학을 책임지는 최고 리더로서 동문님께서 생각하시는 리더의 자질은 무엇이신지요? 또, 구성원들에게 강조하시는 것들은 어떤 부분인지요?

A 어느 조직이든 화합이 최우선입니다. 큰 배를 운항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배에 물이 샐 수도, 거센 풍랑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며 목적지까지 나아가기 위해선 모든 구성원이 한 마음으로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이제는 과거처럼 강한 리더가 끌고 나가는 시대가 아니라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 필요한 시대라고 봅니다. 구성원 위에 군림하는 리더가 아닌, 학교발전과 구성원의 행복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목표로 공유하고 모두의 성장을 도모하며 화합을 추구하는 리더가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근래에 크게 염두에 두거나 계획하고 구상하고 있는 건 무엇입니까?

A 저는 “세상을 감동시키는 스토리를 만들어라” 라고 구성원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비용을 들여 대외 홍보를 통해 우리 대학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운대학교 구성원들이 스스로 특별한 감동스토리를 만들어낸다면 기자들이 직접 찾아와 취재도 하고 이것이 널리 알려지게 되면 학교의 위상도 저절로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감동스토리는 구성원들의 희생, 봉사, 용서, 화해 등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는 어렵겠지만 천천히 함께 가며 힘을 모을 때까지 이런 가치를 추구하려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동문님의 좌우명이 있다면.

A ‘진실된 신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희생과 봉사, 용서와 화해를 위한 진정성은 사람을 감동시킬 것입니다. 여기에 신념을 더한다면 본인이 바라는 모습에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N. 호손(N. Hawthorne)의 소설 『큰 바위 얼굴』에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위대한 인물을 기다리며 자애와 진실, 사랑을 설파하다 스스로가 큰 바위 얼굴과 닮아간 어니스트 이야기처럼 말이죠. 위대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언제나 신념이 깊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