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김태호 동문님, 반갑습니다. 서울공대지 독자이신 동문들께 간단히 현재 동문님의 근황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2016년 8월 25일자로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서울메트로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내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첫 직장이었던 한국통신공사에서 1986년 입사하여 이후 23년간 KT가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자기관, 민간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 속에서 엔지니어링, IT, 경영혁신 등 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업무를 맡아 수행하였습니다. 이후 농축산 종합식품 그룹인 하림그룹과 바이오 메디컬 그룹인 차병원그룹에서 경영관리 고도화 및 신사업 추진을 담당하였습니다.
서울메트로는 수도권 시민의 편리한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974년 우리나라 최초로 지하철을 개통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최초의 지방공기업으로서 전국 7개 지하철 운영기관의 맏형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40년간 하루 400만명의 고객이 이용하는 지하철 1~4호선 120개역, 영업거리 137.9km 구간을 책임지는 수도권 대중교통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으로서 市 산하 동종기업에서 보낸 최고경영자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빠른 시간 내에 서울메트로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이용시민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 만들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1979년에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입학을 하셨는데 공대를 특히 산업공학을 선택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그때 저는 일학년은 학부로 들어와서 입학할때는 공학계열로 1년을 다녔어요. 공학계열로 있었던 일학년때 얻은 학점으로 과를 지원을 해요. 공대 전체로 몇 백명이 들어와서 각 과마다 정원이 있으면 전자 기계 산업공학 등 이렇게 학과로 지원을 하면 지원자들을 학점으로 선발했어요. 당시 산업공학 정원은 33명으로 적고 상대적으로 평점이 높았는데 저는 1학년때 성적이 좀 괜찮아서 산업공학을 지원했습니다. 공대에 있지만 굉장히 학과 과목이 독특하여 여러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어 당시 공학과 경영학 양쪽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동기들 중에 많았습니다. 제 동기들중에는 CPA로 간 친구들, 경영대로 간 친구들이 많습니다. 교수가 된 친구들 중 절반정도는 경영대 교수이고 절반정도는 공대 교수입니다. 당시에 제가 산업공학과 11기니까 학과가 생긴지 10년정도 되어서 학문의 내용도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서 굉장히 신선했었어요. 당시 미국에서도 산업공학이 각광을 받을 때여서 친구들 중에 산업공학을 매력적으로 여겨 경쟁률이 굉장히 높았어요.

 

당시 공릉동에서 관악캠퍼스로 공대가 이전한 시기인데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으시면 한두 가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입학한 1979년에 학부 일학년은 관악에서 공부하고 이학년이 되면 공릉동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가 공릉동으로 갈 때쯤에 공릉캠퍼스가 관악으로 완전히 이사와서 사실은 공릉동에 가서 공부를 못했어요. 하지만 1학년때 과별로 선배들을 만나러 공릉동에 가서 봄에 배밭에서 미팅이나 배꽃 축제도 했던 추억들이 있습니다. 공릉캠퍼스가 굉장히 오래되고 아담해서 새로 지은 관악캠퍼스에 비해 캠퍼스가 멋있었어요. 하지만 1979년 가을에 10.26 사태가 나고 캠퍼스에 최루탄 냄새가 나는 혼란기에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누구나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2학년때는 5.17 비상계엄으로 학교가 장기간 휴교해서 2학년 3학년은 거의 수업도 못듣고 레포트를 제출해서 학점을 받았습니다. 당시 큰 기대를 하고 컴퓨터 과목을 수강신청했는데 강의는 한번도 못 듣고 과제만 제출했어요. 지금 학생들하고 비교해보면 수업에 충실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동기들 중에 대학원을 많이 진학했습니다. 왜냐하면 학부때 공부를 너무 안 해서 이 상태로 졸업을 하면 세상에 너무 미안하니 대학원 가서 학부때 못 한 공부까지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요즘에서는 상상이 안가겠지만 대학원가서 학부 수업에 조교로 들어가면 학부생이나 조교나 잘 모르기는 마찮가지였어요.

 

석사 졸업후 미국으로 유학을 가셨는데 유학을 떠나신 계기나, 유학시절 추억이 있으시면 한두 가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KT에 들어가서 일을 하면서 유학을 가려고 준비를 했었는데 결혼을 일찍해서 자녀를 키우며 직장생활 하다 보니까 10년이 지났어요. 당시 직장은 진급할 타이밍을 놓치면 승진이 안돼요. 상사가 저한테 부장승진을 한 다음에 유학을 가라고 권하는 바람에 차일피일 미루다 35세가 되니 더 늦어지면 공부하던 능력이 떨어져서 힘들겠다고 생각되어 늦은 유학을 떠나게 되었어요. 저는 회사에 있다가 유학을 떠났기 때문에 돌아와서 학교로 갈 생각은 없었고 다시 직장에 복귀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에 나이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습니다. 늦게 유학을 가니 대부분이 후배들이라 처음에는 어울릴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유학생들 모아서 축구단을 만들었어요. 한인학생 축구단을 처음엔 세 명으로 시작했는데 한 일년 지나니까 30명 이상이 모여서 오클라호마, 달라스, 오스틴, 휴스턴 등 인근 대학 한인학생단하고 교류전도 많이 했습니다. 제가 떠나온 뒤로도 그 축구단이 활성화되어서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 온 교수들도 귀국하면 일년에 한 두 번 대전이나 서울에서 다시 만나서 양팀 나눠서 공도 차고 했습니다. 축구는 공 한 개와 운동화만 있으면 되고, 또 텍사스는 잔디가 많고 더운곳이라 가위바위보해서 지면 웃통을 벗고 유니폼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재미있게 운동했습니다.
또 하나는 가족과 주말에 낚시를 많이 다녔습니다. 멕시코만의 북쪽에서 남쪽까지 어지간한 곳은 다 다녔던 것 같아요. 특별히 주말에 할 일이 없으면 두 시간 차몰고 멕시코 만에 가면 고기가 참 많았어요. 낚시대 넣고 기다리면 뭐든지 잡혀서 올라오니까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또, 방학때는 자동차 몰고 미국을 횡단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다 출가했지만 당시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아빠와 함께 낚시하고 자동차 여행하고 했던 시절이 제일 재미있었다고 말합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셔서 KT에서 7년 정도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셨는데 KT에 계시면서 어떤 일들을 맡으셨나요? 

 

유학 마치고 KT 기획조정실에 부장으로 복귀해서 경영개선, 선진경영기법을 정착시키는 일, 경영 혁신활동 등을 주로 했어요. 임원이 돼서는 혁신기획실장을 맡았어요. 당시 KT가 민영화하기 직전이었는데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바뀌면서 어떻게 혁신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민영기업으로 기업문화를 바꾸고 경영시스템을 바꾸고 이런 일들에 참여 했습니다. IT기획실장을 할 때는 회사 전체의 CIO 역할을 했습니다. KT가 IT회사이다 보니 회사의 IT자체가 굉장히 방대해요. 그 전체를 운영하고 전략을 세우고 투자하고 그런 일들을 했었죠. 경영관리팀장으로 있을 때는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포스코나 KT 같은 기업은 민간기업이지만 오너가 없는 국민기업이잖아요, 기업의 오너쉽이 없다보니 3년 마다 리더십 교체로 인한 어려움이 많아서 적절한 기업지배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산업공학은 사회시스템을 다루는 학문이라 학문간 융합이 더욱 필요한 분야인 것 같습니다. 서울대 공대는 전공교육 뿐 아니라 최근 인문학 교육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어떤 방향으로 학생들을 가르쳐야할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산업공학은 문제해결(problem solving)능력을 키워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black box든 grey box든 어떤 안풀리는 문제가 있을 때 그 어떤 전공출신보다 빨리 풀 수 있는 소양과 능력을 키워야 됩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정형화된 문제로만 주어지는 경우는 없어요. 학교에서 배웠던 여러 문제들은 현장에 나가면 거의 소용이 없습니다. LP문제만 하더라도 교과서에서는 a, b, c 값을 다 주고 x를 구하라 하잖아요. 실제로 현장에서는 a, b, c 값을 구하는게 제일 어렵습니다. 그게 어려우니까 답을 못 구합니다.
학교에서 배워야 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어떤 문제든지 그걸 다양한 tool과 어떤 접근법과 상상력을 통해서 해결하는 능력을 배워야 합니다. 저는 산업공학을 공부하면서 어떤 특정한 기법에 orient된 게 아니라 그런 기법들을 통해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에 대한 능력들을 배웠고 사회에서 어떤 새로운 문제를 접해도 다른 사람보다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능력은 어떤 전공이나 산업분야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옛날이나 지금이나 교육방법이 크게 달라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문제 유형은 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처음 접하는 새로운 문제 유형이 계속 나오겠지만 그런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과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지금과 같을 것 같아요. 물론 tool도 진화하겠지만 approach하고 생각하고 접근해 나가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방식의 훈련이 더 중요합니다.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문제들이 점점 융합적으로 얽히니까 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에서 더 키워줘야 할 것 같습니다. 

 

불투명한 세계경제와 가속화되는 세계화, 이러한 급변하는 사회환경에서도 우리 서울대 공대생들이 사장님과 같은 선배들을 본받아 사회의 리더로 활약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창시절에 어떤 자질을 더 길러야 할지요? 

 

제 입장에서 이야기 하면 자기 경험의 세계를 폭넓게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전공이 기계든 전자든 화공이든 자신의 전공분야를 넘어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많이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통신회사에 20년 이상 있었지만 통신회사를 나와서는 제조업이든지 서비스업이든지 다른 industry가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합식품업의 하림그룹에 있기도 했고, 병원그룹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현재는 도시철도 지하철 교통분야를 맡고 있는데, 제가 industry를 옮겨 다니면서 느낀 점은 표면적인 것은 다르지만 원리는 똑같다는 것입니다. 기업입장에서 보면 효율화시키고 표준화하고 cost를 줄이고 customer satisfaction을 늘리자는 것이죠. 만드는 물건과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르지만 원리는 industry마다 같습니다. 공대생 전체로 본다면 자신이 어떤 전공분야에 있고 어떤 industry에서 어떤 job을 가지고 있든지, 또 job을 옮기더라도 너무 개의치 말라는 것입니다. 어디를 가든 원리는 똑같을 것이기 때문에 크게 되고 싶다면 자기의 활동무대를 넓혀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 8월 서울메트로 사장에 취임하셨는데, 현재 목표하고 있고 계획가운데 추진하고 있는 중요한 일은 어떤 것들인가요? 

 

제가 메트로 사장으로 오면서 제일 첫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connected subway입니다. 그 앞에 수식어를 붙이면 smart connected subway. 우리는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회사인데 현재 운영시스템을 얼마나 더 스마트하게 할것인가가 숙제입니다. 스마트해져야 더 안전해지고 더 편해지고 비용 효율성도 증가합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이 분절되어 있습니다. 차량의 운행정보와 승객의 동선과 우리 시설의 상태정보와 여러 가지 외생환경변화와 이런 모든 정보들을 모두 연결하면 승객들에게는 차량의 지연상태, 운영상태, 어떤 서비스가 되고 있는지 안되고 있는지, 어느곳에 에스컬레이터가 안 되는지, 엘리베이터는 가동중인지 아닌지 등의 모든 정보들이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모두 연결해서 제공된다면, 내가 오늘 몇 호선을 타고 가야하는데 어디가 지연되고 있는지, 몸이 불편할때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되는지 미리 안다면 굉장히 편리해지겠죠. 그런 정보를 모르고 현장에 와서 엘리베이터 고장을 확인한다면, 시간도 늘어나고 불편해 집니다. 시민 입장에서는 그런 정보들이 연결돼서 제공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1-4호선에서 나오는 신호, 통신, 영상, 승객정보, 차량 운행정보 등 여러 가지 정보와 8000여대의 CCTV 영상이 연결되어서 한곳에 모아지고, 900대여대의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에 달린 센서에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면 언제 고장 날것이라는 것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하철을 운영하는 운영시스템도 스마트해지고 훨씬 더 서비스도 잘하고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제 임기내에 smart connected subway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개발된 기술들을 엮어서 구슬을 꿰듯이 지하철이라는 특성에 맞게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2014년부터 2년간 서울도시철도공사에 계셨고, 이번 8월부터 서울메트로에 사장으로 옮기셨는데, 두 기관 모두 안전이 제일 중요한 이슈인데요. 안전에 대해 현재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통계적으로 살펴보니 인적오류(human error)가 제일 중요합니다. 현재 노후된 시설을 새롭게 교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40년 30년 20년 등 노후된 시설을 교체하는 것은 시간을 두고 계속해야 합니다. 예산이 한정되어 있어 노후된 시설의 교체는 한꺼번에 급격하게 할 수 없습니다. 시설노후도를 탓하기 이전에 시설의 노후 정도에 따라 작업방식이나 매뉴얼이나 점검체계나 이런 것들이 달라져야 되는데 이게 잘 안되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맞춤형 매뉴얼이 불비해서 생기는 인적오류(human error), 시스템의 불비로 생기는 인적오류(human error), 작업방식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인적오류(human error), 또 개인이 당연하게 지켜야 하는 룰을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인적오류(human error), 태만해서 오는 인적오류(human error) 등이 절반이상입니다. 이것만 줄이면 현재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많은 부분이 줄어듭니다. 우리나라 지하철이 그렇게 장애가 많고 문제가 많은 지하철이냐 하면 해외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안전한 편입니다. 최근 Newyork post 기사에 뉴욕지하철을 운영하는 MTA에서 리포트한내용을 봤습니다. 2016년에 사람이 열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142건 있었고 현재까지 44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한 명의 사망자도 없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뉴욕지하철과 비교하면 우리 지하철이 상당히 안전한 편이지만 자잘한 사고들이 나고 있는걸 살펴보니 반 이상은 인적오류(human error)에 속하는 사고였습니다. 그래서 시설투자는 장기적으로 계속 해 나가면서 인적오류(human error)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와 서울메트로가 통합하기로 최근에 결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통합의 장단점은 무엇인지요? 

 

교통측면에서 천만명의 수도 서울이 10년 뒤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현재 지하철이 9호선까지 있고 2022년까지 경전철이 10개가 더 생겨납니다. 버스, 택시, 마을버스 등 천만 명 이상의 사람이 사는 데서 교통시스템이 통합돼야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버스노선, 지하철 노선, 마을버스 노선, 또 택시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야 좋잖아요. 대중교통이 편해야 자가용차들이 덜 다니게 되고 그래야 대기도 생활환경도 좋아집니다. 지하철노선만 따져봐도 두 공사가 분리되어 있으면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원래 20년전에 하나였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나누었던 것을 20년만에 다시 원위치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이참에 미래 교통체계의 변화에 대한 코어가 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는 파리교통공사 밑에 지하철, 버스, 트램, 택시가 다 있어요. 독일도 교통공사가 지하철, 트램, 버스를 동시에 같이 운영해요. 싱가폴은 택시, 버스, 지하철을 같이 운영해요. 운송수단 하나만 분절적으로 운영하면 도시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교통시스템이 통합적으로 모아져야 합니다. 우선 지하철을 통합하고 다음에 다른 교통수단도 통합하고, 서울과 경기도 수도권 구분도 사실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파리도 광역으로 교통체계를 만들었고, 독일도 베를린 시내와 주변 몇 지역을 합쳐 광역교통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교통은 연결이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을 비용 절감나 경영효율 같은 측면으로 바라 볼 것이 아니라, 교통시스템은 그 자체로 모아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세계 어느 도시를 봐도 한 도시 안에 지하철을 운영하는 주체 중에서 100% 공공기관인 두 곳이 운영하는 곳은 없습니다. 하나가 공공이면 하나는 민간이든지 하면 몰라도 똑같은 공공기관 두 개가 나눠서 하는 데는 없습니다. 만약 그게 효율적이면 다른 곳도 다 그렇게 하겠죠. 1-4호선과 5-8호선 두 기관이 서로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서울메트로의 성장전략은 무엇인가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실 계획도 있나요?


지금 전체 수익에서 운수 분야가 90%이고 승객 수송이 아닌 역사에서 발생하는 임대 광고 사업 등 비운수 분야 수익이 10%됩니다. 정부보조금이 없는 싱가폴 같은 경우 비운수사업이 30~40%정도 차지합니다. 홍콩 같은 경우엔 비운수분야가 운수분야보다 포션이 더 큽니다. 운수분야는 공공성을 가지고 있어 요금을 높게 책정할 수 없어 구조적으로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승객 한사람을 운반하면 평균 350원 정도 적자를 봅니다. 운수사업 분야의 성장은 요금을 올리는건데 시민들의 거부감과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마음대로 올릴 수 없습니다.
비운수사업을 통해서 운수사업의 적자를 메꾸어 나가든지, 정부나 시의 보조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보조금은 들어오지 않아 매년 1000억 이상의 적자가 나고 있습니다. 결국엔 비운수 사업의 포션을 한 20%정도로 높여야 합니다. 지하철역사의 복합개발이라든지, 거점별 환승센터 건립 등의 전략을 구상중입니다. 해외 사업으로는 현재 필리핀에서 지하철사업을 하고 있고, 방글라데시 지하철사업 컨설팅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김해-부산 경전철 운영 사업 등을 진행 중입니다.
서울메트로는 신사업 발굴에 원동력이 되는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하철 1~4호선은 서울의 주요지역을 포함하여 동·서·남·북으로 관통함으로써 그 접근성 측면에서 오프라인 플랫폼(Off-line Platform)으로서의 가치가 뛰어납니다. 또한, 40년이 넘는 운영기간동안 축적된 철도기술 노하우를 적절히 전수·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면 해외사업 진출을 통해 혁신추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울대 공대생들에게 서울메트로 취업을 추천하고 싶은데, 서울메트로에서 바라는 인재상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인사(人事)는 곧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일에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조직의 활기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람을 잘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메트로의 인재상은 “고객에게 책임과 신뢰를, 직원에게 소통과 신뢰를, 개인에게 열정과 도전의 서울메트인”입니다. 최상의 서비스와 품질을 고객에게 제공하여 신뢰받는 사람, 배려와 협력을 통해 더불어 일할 줄 아는 사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열정있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실수하는 것은 눈감아 줄 수 있지만 열정이 없는 것은 봐 줄 수 없습니다. 잘 하려다가 실수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용인이 되는데, 열심히 하려는 마음조차 없다면 문제지요. 그래서 흔히 말하는 뛰어난 스펙을 갖춘 사람보다 스펙이 떨어지더라도 열정이 많은 사람을 선호합니다. 

 

앞으로 개인적으로 계획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지요?


지금은 가까운 국내 여행도 잘 못하는데 기회가 되면 국내외의 여러 군데 안 가본 곳들을 가보고 싶습니다. 도시철도는 365일 24시간 돌아가니까 밤이나 낮이나 회사 근처에 있어야 합니다. 사고가 나면 1시간 내에 출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 업무 특성 때문입니다. 나중에 자동차 여행도 마음껏 하고 싶습니다.

 


김태호
서울메트로 사장
김태호 사장은 1960년 경남에서 태어났다. 1979년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입학했다.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극 텍사스A&M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KT에서 오래 근무하다가 하림그룹, 차병원그룹 부사장, 차케어스 사장 등을 역임하였고,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있다가 2016년 8월부터 서울메트로 사장을 역임하고 있다.